2008년 9월 28일 일요일

나는 장미란에게 아름답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역도 여자 75kg 이상급 경기에서 한국의 장미란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땄다. 그 광경을 지켜본 많은 한국인은 그녀의 성과에 열광했고 한국 언론에서는 그녀가 흘린 땀과 굳은살이 이 세상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다며 치켜세웠다.

그렇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녀가 이러한 성과를 거두고자 흘린 땀방울은 아름답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 말고 다른 많은 선수도 메달을 땄지만 한국인이나 한국 언론은 그들에겐 아름답다고까지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성현, 윤옥희, 주현정 선수에게는 격려와 칭찬에 머물렀다. 박태환을 비롯한 남자 메달리스트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메달을 따고자 엄청난 노력을 했을 터인데 왜 한국인은 유독 장미란 선수의 땀방울만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독특한 반응의 근저에는 바로 한국사회의 지독한 외모 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경기장에서 근력의 힘으로 엄청난 무게의 바벨을 들어올려야 하는 역도 선수다. 따라서 경기를 위해 뚱뚱한 체격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그녀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는 그녀의 외모가 여자라고 생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그녀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많은 한국인이 기쁜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흘린 땀방울과 굳은살은 이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다며 그녀의 못생긴 외모를 가지고 그녀의 성과를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그녀의 노력과 땀방울이 아름답다는 말이 그녀의 외모에서 나온 것인 만큼 나는 그녀에게 함부로 아름답다고 하고 싶지 않다. 대신에 나는 세계 정상에 선 그녀에게 위대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녀에게만 당신의 땀과 노력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곧 당신의 외모는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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