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9일 금요일

실적을 근거로 기관장의 사임을 권해야

현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을 앞세우며 공공기관장 인적 물갈이를 진행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법률로서 임기가 보장된 문화예술계 단체장에게 직접적으로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외에도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공사, 산업은행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굵직굵직한 공공기관의 경영진에게도 사표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추진하며 현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바로 공공기관장이 전 정부의 엽관주의 인사행정, 즉 이른바 '코드 인사'가 극에 달한 자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전 정부는 낙하산 인사란 비판을 무릅쓰고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대거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작년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주도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임원 임명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기업의 장을 비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여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법률로 못을 박기도 했다.

그러나 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 탄생한 현 정부도 인사행정에서만큼은 전 정부의 폐습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당의 사병화, 행정의 지속성 · 전문성 저하와 같은 엽관주의 인사행정으로 인한 폐해를 경계하고 공공기관 행정의 능률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고자 한다면 우선 물러나기를 바라는 기관장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적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공공기관장들의 실책에 대해서 지적하지는 않고 그저 정부가 바뀌었으니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물러나는 게 도리라는 말만 하고 있다. 이러니 자신들의 주도로 만든 법까지 스스로 무시해가며 엽관주의 인사행정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공공기관장 인적 물갈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일률적으로 모든 기관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현재 재임 중인 공공기관장의 실적이나 공적, 경영성과 등에 대한 정확한 지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진정으로 엽관주의 인사행정에서 벗어나 실제의 업적이나 공적에 기반한 인사행정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