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7일 토요일

88만 원 세대의 또 다른 질곡

최근 한국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말 중에 '88만 원 세대'가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씨와 기자 출신의 박권일씨가 쓴 책의 이름이기도 한 이 말은 지금의 20대가 세대 내 경쟁 및 세대 간 경쟁 끝에 대다수가 88만 원에서 119만 원 사이의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 계층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실제 한국의 많은 20대는 현재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청년실업 50만이라는 말은 이제 과장으로써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닌 실제 현실이 되어버린지 오래고, 친구와 취업 이야기만 하면 한숨부터 내쉬는 시절을 넘어 이젠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래도 열심히 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도 도서관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우리의 20대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그 취업이라는 좁은 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우리는 인생의 질곡으로부터 해방될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힘겹게 취업의 문을 넘은 20대에게 또 다른 질곡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내 집 마련의 문제이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를 손보려 하고 있다. 즉, 세금부담을 완화함으로써 부동산 거래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종부세를 납부하는 계층이 전체 부동산 보유자 중 상위 1 ~ 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과 세제 도입 후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정부의 여당의 종부세 완화 추진은 필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완화되어 유명무실화되면 주택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이고 10년이라는 신혼부부의 주택마련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질 것이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 대다수의 사람은 평생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고 살아야 할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 ‘월세 88만 원짜리 단칸방에 사는 30대’를 일컫는 말로 88만 원 세대란 용어가 재탄생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지금의 88만 원 세대에게 닥칠 또 다른 질곡인 것이다.

우리 20대는 질곡으로 가득찬 이 현실에 순응한 채 감내할 수밖에 없는가? 아니면 정말 누구 말대로 토플책을 덮고 거리로 나가 바리게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야 아니 던져야 할 것인가? 토플책을 볼 것인지 짱돌을 들 것인지 그 선택은 각자 본인에게 달려 있다. 그러나 이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기성세대나 기성정치인은 우리가 겪을 질곡을 하나 둘 걷어내기는커녕 더 많이 심었다는 것과 우리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의 부모님도 아니고 대학의 교수도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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