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일 월요일

이해할 수 없는 모 공기업의 사명 변경

1990년대 이후 많은 한국 기업은 기존의 한글로 된 사명을 영어로 변경해왔다. 선경은 'SK'로, 한국전기통신공사는 'KT'로 변경하는 등 그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에 공기업도 참여,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는 '서울메트로(Seoul Metro)'로, 한국철도공사는 '코레일(KORAIL)'로 변경하였다. 각 기업이 사업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명을 사실상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변경하면 외국인 고객도 친숙하게 사명을 인식할 수 있는 등의 효과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요즘 많은 한국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가며 사명을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 범위가 거의 국내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일부 공기업도 사명을 영어로 변경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기업 중에 SH공사가 있는데 당신은 이곳이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 아는가? SH공사는 서울특별시의 택지 개발 및 주택 건설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예전 명칭은 서울특별시도시개발공사다. 따라서, 이 기업은 외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외국인이 자주 이용할만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사명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어로 변경했다.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차라리 사명을 영어로 바꿀 거였으면 영어만 쓰지 뒤에 '공사'를 붙였다는 것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고민하던 모 대학의 특정 학과가 교육 과정은 그대로 둔 채 과명만 영어로 변경했더니 다음 학년도 입시에서는 정원을 채우고도 남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전공명을 변경함으로써 전공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 개선보다 실제 전공명을 변경할만큼 교육 과정이 얼마나 충실해졌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공사의 부채가 6조 2,645억 원이나 늘어나 결국 이 부채를 서울특별시민이 떠안게 됐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